나눔이야기
후원자님들과 함께 만들어낸 따뜻한 나눔의 현장,
그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그리스 코스섬 '중세감옥'에 갇힌 시리아 고아 난민들 (기사)
- 작성일
- 2015.10.19
(서울=연합뉴스) 홍성완 기자 = "말할 수 없이 끔찍한 곳이에요. 마치 '중세기 지하감옥' 같습니다."
영국 아동병원 책임자 팀 우비는 부모나 친척 없이 혼자 시리아에서 터키를 거쳐 보트를 타고 그리스 코스 섬에 도착한 10대 '고아 난민'들이 머물고 있는 현지 경찰서 유치장을 돌아보고 난 뒤 열악한 환경에 고개를 저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15일 코스 섬의 불결한 경찰서 유치장에 억류돼 있는 고아 난민들의 고통을 전하면서 이들을 구하기 위해 유엔이 개입하고 나섰다고 밝혔다.
고아 난민이 된 아이들은 그리스 당국이 옮길 장소를 결정할 때까지 성인 범죄자들과 함께 더러운 유치장에서 수주일 간 억류생활을 하고 있다.
그리스 관리들은 미성년자의 안전을 위해 아이들을 지켜야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코스 섬 경찰서 유치장을 매일 방문하는 시민단체의 자원봉사자들은 중세기를 방불케하는 환경에 충격을 받았다고 비난했다.
자원봉사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난민 어린이들은 하루에 한 끼만 제공되고 그나마 과일과 물은 자선 구호단체에서 갖다주고 있다.
이틀 동안 음식이 제공되지 않은 적도 있었다.
아이들은 유치장 밖으로 나가는 것이 허용되지 않으며 다른 장소로 이동할 때는 수갑이 채워진다고 몇몇 목격자들은 말했다.
한 봉사대원은 "정말 더럽습니다. 천장은 벗겨진 전깃줄이 삐쳐나와있고 마루에는 대변이 널려있어요. 음식을 받으려면 철창 밖으로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이곳은 유럽이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지난 5월 코스 섬에 사무소를 설치한 이후 난민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를 거듭 경고한 데 이어 코스 섬 검찰과 앞으로 난민 고아는 유엔의 지원 하에 자체 보호시설을 운영하는 비정부기구(NGO)의 보호에 맡기도록 합의했다.
코스섬 UNHCR 사무소의 마르코 프로카치니 소장은 "난민 보호는 국가의 책임이지만 그리스로 밀려오는 난민 숫자를 감안해 유엔이 개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비 소장은 고아 난민이 된 어린아이들이 처한 환경이 그들에게 심각한 충격을 줄 수 있다며 "육체와 정신, 정서적으로 불안감을 갖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UNHCR은 난민 어린아이들을 코스 경찰서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도록 권유하고 있으나 코스 경찰서 유치장에는 아직도 7명의 아이들이 성인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
코스 섬 당국 관계자는 그러나 올해 봄부터 밀려들기 시작한 난민들을 수용할 준비가 돼있지 않다며 처음 겪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구 3만여명의 코스 섬이 난민들의 요구에 부응할 예산과 인력을 갖고 있지 않다"며 "올해 4만2천명이 넘는 난민이 왔고 지난 주말에는 하루에만 337명의 난민이 밀어닥쳤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