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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법, 그 후 2년]‘통제·관리해야 할 이방인’ 인식…난민심사 더 엄격해져  

작성일 : 2015-06-29

[난민법, 그 후 2]‘통제·관리해야 할 이방인인식난민심사 더 엄격해져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입력 : 2015-06-19
 
1차 심사서 지위 얻는 경우 1%도 안돼 인색한 한국
 
한국으로 들어오는 난민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2004년 국내 난민 신청자 수는 148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2896명을 기록했다. 1994년부터 올해 4월말 현재까지 난민 신청자 수는 모두 1760명이다. 21년 동안 한국의 난민 인정자는 490명에 지나지 않는다. 난민 인정률은 4.5%에 불과하다.
 
경기 안산에 살고 있는 콩고 출신의 난민 미아. 그는 2002년 정부군의 박해를 피해 한국으로 탈출해 10년 만인 2012년에야 난민지위를 인정받았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한국은 난민 지위를 주는 데 인색하다. 지난해 난민 인정자 94명 중 법무부 난민 인정 1차 심사에서 난민 지위를 얻은 경우는 약 20%(18)에 불과했다. 53명은 난민 불인정 판결에 불복해 이의신청을 했다가 재심사를 통해 난민 인정을 받았다. 20명은 이미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의 가족도 난민으로 인정한다는 가족 재결합원칙에 따라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나머지 3명은 행정소송을 통해 난민이 됐다. 결국 지난해 1차 심사에서 난민 지위를 얻은 경우는 전체 신청자의 1%도 되지 않는 셈이다.
 
난민법이 명시한 권리를 활용하는 난민도 많지 않다. 지난해 생계비를 지원받은 난민 신청자는 317명으로 전체 신청자의 11% 정도다.
 
재단법인 동천 양동수 변호사는 독립적으로 난민 인정 프로세스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난민법을 높이 평가할 만 하지만 실제 난민 처우를 개선하는 시스템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 변호사는 난민심사 전문통역 교육, 난민 관련 법조인 양성 등 법 취지를 뒷받침하는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다 불인정 사유는 신빙성 부족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왜 이렇게 낮은 것일까. 판례를 보면 난민 불인정 최다 사유는 신빙성 부족이었다. 법원은 약 2300여건의 사례가 난민 진술에 신빙성이 없거나 경제적 이주 등 난민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 박해 사실을 인정받지 못하거나(280여건) 박해 주체·박해 원인이 난민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사례(900여건)도 상당수였다. 난민 협약상 난민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내전, 전쟁, 테러 등으로 불허 판정을 받은 경우도 100여건에 달했다.
 
공익법센터 어필의 김종철 변호사는 대부분의 난민들이 자신이 왜 불인정 판결을 받았는지 모르고 있다. 언어 문제도 있지만 난민 심사 과정에서 불허 이유를 자세히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라며 난민 심사 과정이 더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 실제 난민으로 인정받아야 할 사람들도 방어적인 심사 기준 때문에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난민지원NGO ‘피난처를 찾은 난민들에게 이재린 간사(오른쪽)가 난민신청 절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기후 난민 등 난민 개념 변화
 
난민협약에서 인정하는 박해 근거는 5가지다.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 구성원 신분, 정치적 견해 등으로 인한 박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한 만큼 전통적인 난민 개념을 넘어선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송영훈 교수는 난민법 시행 1, 한국의 난민보호 방향과 정책의제보고서에서 전통적인 난민 개념으로는 기후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환경 난민, 혹은 난민과 유사하거나 더 심각한 인도적 위기에 처한 피난민들을 보호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인 난민인권센터 사무국장은 냉전시기에는 이데올로기 강화를 위해, 경제 호황기에는 노동력 확보를 위해 난민을 받아들이는 사례가 많았지만 21세기 들어 세계 각국에서 이주민에게 배타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내전, 경제적 이유 등 다양한 이유로 늘어나는 이주 난민에 대한 보충적 지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도적 체류자는 인도적인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924일 제69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이라크와 시리아 등의 인도적 참사를 목격하고 있으며 이러한 인도적 참사 예방을 위한 유엔의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후 법무부는 지난해 시리아 출신 난민신청자 502명을 대거 인도적 체류자로 받아들였다. 한국이 난민문제에 전향적 자세를 보인 것은 이례적이었다. 하지만 이중에는 정치적·종교적 박해를 받아 난민으로 받아들여야 할 사람들에게 인도적 체류자 신분만 주는 것은 아쉽다는 의견도 있다. 양동수 변호사는 난민법 시행 이후 난민 심사가 더 엄격해진 경향도 보인다. 법무부는 난민으로 인정할 사람도 인도적 체류자로 분류하면서 책임을 회피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현재 난민 인정자(490)보다 인도적 체류자(797)가 더 많다. 송영훈 교수는 난민을 지원·관리·통제 대상으로만 봐서는 해결책이 없다. 법적인 처우 문제와 함께 이들이 한국사회 공동체 속으로 녹아들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법무부가 난민NGO 등 민간단체와 협력해 난민과 인도적 체류자가 한국인과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연결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난민 지위 받기까지 최대 10
 
난민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난민법을 보면 난민 신청 이후 6개월까지 생계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6개월 이후에는 생계를 위해 취업도 할 수 있다. 1차 심사에서 불허 판결이 나더라도 이의 신청을 하면 체류 기간이 늘어난다. 심사 결과에 불복한 난민 신청자가 행정소송을 제기한다면 난민 지위 여부를 확정 짓기까지 최대 10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래서 취업을 목적으로 한국에 들어온 이주민이 난민법을 악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문제는 난민을 위장한 취업자가 많으면 도움을 받아야 할 난민은 제때 도움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호택 NGO 피난처 대표는 난민 신청을 하고 5년 이상 한국에 터를 잡고 살았는데 결국 난민 불허 판결이 나서 한국을 떠나야 하는 난민도 많다. 이럴 경우 여권 기간이 만료돼 제3국으로 갈 수 없는 사례도 상당수라며 난민 심사를 하는 전문 인력을 늘려서 난민 신청 후 2~3개월 이내에 난민 심사를 마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심사 기간이 줄어들면 난민법을 악용하는 부작용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출처 :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