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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구호현장상황

10억 챙긴후 지중해에 난민 버리는 `악마 브로커`  

작성일 : 2015-05-06

지중해 `죽음의 바다` 만드는 그들은…
SNS서 버젓이 난민모집
1인당 200만원씩 챙기고 망망대해서 도망가버려…선박 표류하다 참사 빈번




연일 발생하는 난민선 사고로 지중해가 '죽음의 바다'로 변해가고 있는 가운데 유럽 각국이 난민 브로커들에 대해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유럽 각국 정부는 끝없이 이어지는 난민 행렬 뒤에는 불법 유럽행 이주를 부추기는 밀입국 브로커가 있고 이들 브로커가 참사의 주범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유럽연합(EU) 28개국 회원국 외무장관과 내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룩셈부르크에서 난민대책 긴급회의를 열어 난민들 출발지인 리비아에서 활동하는 밀입국 조직 소탕을 위한 군사 작전을 전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이 작전을 수행하는 목적이 밀입국 선박들을 파괴하려는 것"이라며 "EU는 더 이상 실천 없는 약속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 등 주요 지도자 모두 밀입국 조직 소탕을 난민 대책의 최우선으로 지지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23일에는 EU 정상회의가 긴급 소집됐다.

이탈리아나 그리스로 향하는 관문인 터키와 리비아에는 난민들에게 희망을 팔아 돈벌이에 나선 브로커들이 넘쳐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에 따르면 브로커들은 광고를 통해 "돈은 6일 후 이탈리아에 도착한 다음 내면 된다"면서 "배가 출발할 때까지 숙식을 보장하고 쾌적한 여행을 하도록 충분한 음식과 물, 통신수단을 제공한다"고 선전하고 있다.

또 이들은 직접 제작한 동영상을 통해 난민들이 가장 필요한 여권, 노동허가증 등 각종 서류를 보여주면서 "우리는 여러분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갖고 있으며 단지 신청만 하면 된다"고 강조하는 등 인터넷을 이용해 조직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 선박 사진을 올리고 공공연하게 난민을 모집하는 등 밀입국 브로커들 홍보 활동이 더 대담해지고 있다고 현지 외신은 전했다. 내전과 기아 등을 피해 탈출하는 난민들은 이 같은 꾐에 현혹돼 '거액'을 내고 어선 등을 불법 개조한 배에 오르고 있다.

조엘 밀만 국제이주기구(IOM) 대변인은 "브로커들이 이탈리아로 가려는 난민들에게 한 사람당 1000달러 또는 2000달러를 받고 있다"며 "이탈리아 인근 바다에서 승무원 없이 난민 수백 명을 싣고 표류했던 대형 선박을 기준으로 볼 때 건당 최소 100만달러 넘는 돈을 벌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영국 BBC방송은 지중해 밀입국 시장 규모를 연간 최대 6억유로(약 7000억원)로 추정했다. 수천 달러에 이르는 배삯을 내고 오르는 난민선이지만 실상은 고무보트나 소형 플라스틱배에 불과하다. 게다가 난민선 대부분에 탑승 인원의 수십 배가 넘는 인원이 탑승하다 보니 하루가 멀다 하고 전복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 18일 이탈리아령 람페두사섬 인근에서 발생한 사고도 20m 정도밖에 안 되는 어선에 950명가량 난민이 승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로커들이 지탄받는 가장 큰 이유는 '유령선' 수법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유령선 수법은 화물선에 난민 수백 명을 태운 뒤 지중해 한가운데서 브로커들이 난민들만 남기고 모두 내려 도망가는 수법이다. 브로커들은 해안경비대 단속을 피하고, 난민들만 연료가 떨어진 배에 남아 지중해 한가운데에서 표류하게 된다.

지난 14일 100여 명이 탄 난민 선박에서 종교 갈등으로 싸움을 벌이다 이슬람교 난민들이 기독교 난민 12명을 바다에 던져 숨지게 한 사건이 일어난 배도 유령선이었다. 안내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공포가 극에 달한 난민들이 결국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만 셈이다. 지난 1월 난민 360여 명을 태운 시에라리온 선적 이자딘호가 지중해상에서 발견됐다.당시 난민들은 대체로 무사히 구조됐지만, 그 배는 승무원 한 명 없는 유령선이었다.

끔찍한 비극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중해에서 숨진 난민은 올해 들어서만 1600여 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런 목숨을 거는 난민 행렬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덕식 기자]


출처 : 매일경제